어느 날은 다른 날보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날 최악의 우울함을 겪었다. 좋은 일의 연속이었고, 설레는 기다림으로 시간을 보내던 중 기대가 큰만큼 더 큰 실망감이 찾아왔다. 남들이 볼 땐 정말 별 볼 일 없는 일이지만, 심지어 지금 생각해봐도 별일이 아닌 것인데, 유독 그날은 나 스스로 실망해 죽어야겠다고 생각을 한 날이었다.
심지어 그날 밤 혼자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인적이 드문 저수지로 향했고, 그곳에 앉아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너무 어두워서 앞에 물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만 주변을 보니 이상하게 안정이 되었다. 중간에 들리는 풀벌레소리와 늦은 밥을 먹고 있는 물고기들이 뛰는 소리들이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한없이 우울하던 마음이, 한없이 외롭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아무도 내 말에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혼자라고 단정지었고, 그렇게 나는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되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해야 되는 것인지, 왜 그 일을 해야 되는 것인지, 그것을 하게 되면 나에게 무엇이 남는지, 말도 안 되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되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목표였다. 내가 이루고 싶었던 목표는 없었다. 한심했다. 지금까지 왜 살아왔는지 정말로 한심했다. 나를 위해서 살아온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를 위해서 무언가 하고 싶었지만, 내가 당장 필요한 것은 없었다. 그런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또다시 자책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심하게 살아온 내가 불쌍해서. 아무런 목표가 없는 내가 안타까워서. 이렇게 스스로 위로를 할 수 밖에 없는 내가 너무 불쌍했다.
그래서 나에게 목표를 심어주었다. 돈을 벌자.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 그렇게 하면 좀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면 여유라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 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씩 책도 읽어보고
영화도 보고
이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안될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해 보기로 했다.
조금씩. 하나씩. 한번씩. 하기로 했다.
그리고 실천하고 있다.
벌써 2달째..
얼마나 변화했을까?
사실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나의 금전적인 부분은 더 악화되어가고 있고, 처음에 생각했던 목표를 이미 한참 벗어나버렸다.
하지만, 무언가 해내고 만족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10여 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이것이 이렇게 행복한 것인지 몰랐다. 소소한 결과물이 때로는 실망으로 다가오지만, 이전과 비교해서 말도 안 되게 빠르게 회복이 되고 있다.
나를 믿기 시작했다.
비록 내가 목표한것과 다른 곳에 있지만 나는 전진했고,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 결과물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소한 발걸음으로 나는 끝이 없는 길을 달리고 있다.
오늘도 계획했던 것을 못했지만, 계획에 없던 일을 하고, 또다시 계획했던 일에 몰두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
또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서 작성해봤습니다. 제가 겪은 일들은 사실 위험한 일들입니다. 상황에 마추어 해결방법을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우울증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느껴본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감정에 몰입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꼭 전문의와 상담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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